가장 다이어트가 잘 됐던 시기들의 특징 (2)

가장 다이어트가 잘 됐던 시기들의 특징 (2)

염동규
염동규
2024-04-21

지난 편에서 이성에게 잘 보이고 싶을 때, 그리고 타인의 기대치와 사회적 평판이 중요한 경우에 다이어트의 성공률이 높았다는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이어서 이번 글에서도 다이어트를 성공할 수 있게 해줬던 상황 또는 환경 세 가지를 추가적으로 공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많을 때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서 조금 허무할 수는 있지만, 할 일이 적고 시간은 많아서 마음에 여유가 있을 때, 다이어트가 훨씬 더 잘 됐던 것이 사실입니다. 일과가 적으면 내가 가장 활력 있는 시간에 운동하러 갈 수 있고, 운동을 오래 할 수도 있고, 다음 날 너무 피곤할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피곤하면 더 자면 되고, 결정적으로, 배가 너무 고파지기 전에 잠을 자버리면 되기 때문에 저열량 식단을 지속하기에도 유리합니다.

그러나 여유가 많다는 건 조금 더 넓은 의미를 갖습니다. 여유로운 시기에는 하기 싫은 운동을 하고, 먹고 싶은 걸 못 먹고, 먹기 싫은 걸 먹으면서 줄어든 만족감을 다른 형태로 채울 수 있는 여지가 훨씬 더 많습니다. 저는 이걸 '만족감 총량 보존의 법칙' 뭐 이런 식으로 한번 불러보고 싶은데요, 그냥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울 것 같으니 말입니다.

1편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방법론에 대한 무지 때문에 체중 감량에 실패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다만, 하기 싫은 걸 오랜 기간 동안 참는 것이 어려울 뿐이죠. 인간의 의지력은 유한합니다. 마치 일일 할당량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하루 종일 조금씩 소진하고, 휴식을 통해 다시 충전되는 식으로 작동합니다.

따라서, 다른 곳에서 의지력을 많이 아낄 수 있다면 운동과 식단을 지속하는 일에 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일이 많고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라면 아무리 다이어트 방법을 잘 알고 있더라도 높은 확률로 책상 앞에 놓인 초코 과자를 집어먹지 않으려는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고 말 것입니다.

삶이 여유로워지면 분명 다이어트 성공 확률을 크게 높일 수 있지만, 여유가 없고 싶어서 없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슬프지만 재연 가능성이 아주 낮은 전략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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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다이어터가 많을 때

"누군가를 알고 싶다면 그 주변 사람을 보라."

한 번쯤은 들어봤을 유명한 격언입니다. 성공이나 처세에 관한 여러 조언들도,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을 때, 그 목표를 이미 이룬 사람들이나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라고 으레 말하곤 합니다.

그 목표가 다이어트일 때에도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인간은 주변 환경에 신기할 정도로 많은 영향을 받고, 주변 사람들과 빠르게 닮아갑니다.

처음으로 바디 프로필 촬영을 준비하려던 시기에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헬스 동아리를 만들어 보고 싶은 사람들을 찾는다는 글이 올라왔더랬죠. (저의 커리어가 피트니스 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한 시발점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대여섯 명으로 시작했던 동아리에는 주변에서 흔히 보기 힘든 운동 매니아(라고 적고, 헬창이라고 읽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고, 바디 프로필을 준비하는 사람들, 대회를 준비하는 사람들, 샤워하면서 닭 가슴살을 먹는 사람들과 매주 함께 운동하고 소통하게 되었죠.

물론 이미 어느 정도 운동에 관심이 있었고 다이어트를 할 계획이 있던 상태에서 참여하게 된 동아리였기에, '주변에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많은 상황'이라는 조작 변인 외에 다른 변인들이 통제된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을 빼는데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그 집단만의 문화가 분명 존재했습니다. 삼겹살집에서 아무렇지 않게 닭 가슴살을 꺼내 먹는 사람들, 식당을 고를 때 자연스럽게 탄단지 비율을 따지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이어트는 삶의 일부 그 자체였습니다. 다이어트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쉽고, 식단을 하느라 주변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도 살을 빼고 멋진 몸을 만드는 행위가 그들의 가장 큰 즐길거리였습니다.

요즘에는 다행히도 누구든지 운동을 즐기는 집단에 참여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여러 운동 소모임이 존재하고, 소모임들이 모여있는 플랫폼도 잘 형성되어 있는 편입니다. 게다가 함께 운동하고 네트워킹 할 수 있는 유료 서비스도 많아지는 추세이니, 나름 현실적인 시도해 봄직한 전략이 아닐까 싶습니다.

구체적이고 간절한 목표가 있을 때

사실 이건 포함할지 말지 약간 고민이 되었습니다. 앞의 네 가지 상황은 모두 체지방률을 한 자릿수까지 줄였던 심미적인 목적의 다이어트였던 반면에, 이 사례는 신체적 건강과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둔 다이어트였기 때문입니다.

심미성을 위한 다이어트와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에는 교집합이 존재하지만 분명 과정과 결과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선명한 복근과 갈라진 어깨 뽕(?)을 얻을 수 있지만 막바지에는 오히려 컨디션이 안 좋아질 확률이 높습니다. (물론 좋은 컨디션으로 낮은 체지방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만, 그 사람들은 애초에 다이어트를 고민하지 않을테니... 넘어가겠습니다...또륵)

후자의 경우에는 일상에 활력이 생기고, 일을 해도 덜 피곤하고, 두뇌 회전이 빨라지지만, 그러기 위해서 복근은 위에 두 칸 밖에 안 보이는 상태를 유지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두 종류의 다이어트 모두 특정 목적을 갖고 의도적으로 신체 조성을 조작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기 때문에 이번 글에 포함시키기로 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구체적이고 간절한 목표가 있는 상황'은 어떻게 보면 앞에서 언급했던 '시간적 여유가 많을 때'와 반대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의아할 수도 있습니다. 구체적이고 간절한 목표가 있다면,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모든 리소스를 투입해야 할 테고, 정신적으로 물리적으로 운동할 여유가 없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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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경험상, 사람이 정말 바빠지고, 바쁘지만 계속해서 무언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어느 순간부터 살기 위한 운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체력을 기르기 위해 운동을 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려 애쓰며, 컨디션을 망치는 음주, 야식과 같은 안 좋은 습관을 하나 둘 제거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변화가 자연스럽게 탄수화물 의존성을 낮추고 신진대사와 식욕 조절 능력을 정상화하는데 기여하게 되죠.

한편, 인생에서 아주 중대한 목표를 갖는 것이 자기 절제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밤늦게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치킨에 맥주를 시켜 먹었다면, 그것이 단순히 의지력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굳이 치맥을 먹는 쾌락을 포기해야 할 만큼 내 삶을 절제해야 할 구체적인 이유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나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목표를 이루는데 체중을 감량하는 행위가 다소간에 도움이 된다고 느낀다면,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눈앞에 있는 쾌락보다 훨씬 더 크다면, 더 적은 외적 동기부여에도 절제력을 더 잘 유지할 수 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서, 살을 빼야 하는데 실행에 잘 옮겨지지 못하고 있다면, 오히려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상위 가치에 대해서 성찰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중요한 가치나 목표가 생각났다면, 체지방을 줄이고 건강한 몸을 갖는 것이 그것을 추구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도 한번 생각해 보세요. 장담컨데, 아주 높은 확률로 그러할 것입니다. 그 가치가 평생 동안 추구할 수 있는 가치라면, 평생 다이어트를 지속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지도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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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이렇게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하여 다이어트에 성공했던 시기들의 특징 다섯 가지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이성에게 잘 보이고 싶거나
  2. 다이어트의 성패가 누군가와의 관계에 중요한 영양을 미치거나
  3.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많은 상황이거나
  4. 주변에도 열심히 살을 빼고 있는 사람들이 많거나
  5. 너무 중요하고 간절한 인생의 목표가 있는데, 살을 빼는 것이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때

체지방을 감량하고 특히나 유지하는 일은 여전히 현대인들에게 주어진 여러 난제들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의학의 발달로 삭센다나 위고비 같은 비만 치료제가 개발되었고, 다이어트 시장에서는 수많은 보조 식품들과 시술들, 운동 프로그램들과 서비스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일상에서 직면하는 다이어트와 관련된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말끔히 해결해 주기에는 한참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선명한 복근이라면 더더욱 어려운 문제가 되겠죠.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누군가는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또 누군가는 실패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살을 뺄까 오랫동안 고민하다 보면, 어쩌면 다이어트의 해답은 살을 빼는 방법보다 삶을 살아가는 방법에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공유한 경험들 속에서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에 대한 작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조그만 희망을 가지고, 앞으로도 건강한 삶에 대한 고민과 고찰들을 열심히 공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