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개봉한 지 20년도 더 된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 대한 약간의 스포가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하루에 몇 개의 스마트폰 알림을 받을까요? 한 조사에 따르면 하루에 평균적으로 47개 정도의 푸시 알림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중 일부는 당장 알아야 하거나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정보지만, 굳이 몰라도 되는, 별로 급하지 않은 정보인 경우도 많습니다. 때로는 전혀 받고 싶지 않은 홍보 목적의 알림들도 받게 되죠.
우리 몸도 하루동안 아주 많은 알림을 받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처럼 정형화된 시각 정보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반응이나 증상으로, 때로는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이나 욕구, 욕망 등으로 나타납니다.
스마트폰 푸시 알림이 훌륭한 기능이듯, 인간이 갖고 있는 알림 체계도 우리의 삶과 생존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기능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이 알림을 꺼버리는 기능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이어트 중에 느껴지는 배고픔, 꼬르륵 소리 같은 것들처럼 말이죠.
과연 현대인들은 이러한 알림 체계를 본래의 취지대로 잘 활용하고 있을까요?
우리 몸의 내외부적인 상황들, 특히나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을 빠르게 감각 및 인지하도록 하는 기능은 수백만 년의 진화를 거쳐 아주 섬세하게 발달해 왔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기능들이 발달해 온 대부분의 시간들은 현대인이 살고 있는 환경과 달라도 너무 다른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우리에게 가장 잘 전달되고 잘 인지되는 알림들이, 현대의 삶에서는 도움이 안 되거나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들을 걱정하고,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들을 두려워하고, 안 먹어도 되는데 배고파하고, 자야 하는데 각성되고, 집중해야 하는데 졸음이 몰려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이치에 맞지 않는 생각, 또는 그러한 생각을 하는 것을 '망상'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관점으로 봤을 때, 어쩌면 우리의 몸은 석기시대의 망상 속에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본능적으로 향하는 무엇이, 대체로 우리의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은 꽤나 무서운 일입니다. 누군가 하루도 빠짐없이 망상에 시달린다면, 당장 병원에 가서 치료받아 마땅하겠죠.
(※스포 주의)
영화 '뷰티풀 마인드(2002)'는 199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수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존 내시(John F Nash Jr.)의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실존인물이었던 존 내시는 조현병을 앓으면서 수십 년간 망상에 시달렸지만, 끝내 위대한 업적을 달성한 인물이죠.
영화에서 존 내시는 존재하지도 않는 사람들로부터 존재하지도 않는 이야기를 듣고, 존재하지도 않는 위협들에 시달립니다. 물론 다소 극단적인 비유일 수 있지만, 굶어 죽을 일도 없는데 흡수 빠른 고열량 음식들을 탐닉하는 현대인들도 어찌 보면 아주 약한 형태의 망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살 빼기가 이토록 힘이 들고, 하루에도 온갖 유혹들에 시달리는 나 자신이, 영화 속 존 내시가 망상을 보고 있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특히나 망상에 이끌려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는 모습 위로, 식탐에 이끌려 치킨을 먹고 있는 저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듯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렇다면 이 망상을 없애버릴 수는 없냐는 것이겠죠?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존 내시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마침내 커리어에 길이 남을만한 성공적인 업적을 남깁니다. 그리고 그것은 존 내시의 머릿속 망상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존 내시는 망상과 함께 사는 법, 망상을 무시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해 냈습니다. 물론 의학적인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말이죠.
안타깝지만 우리의 삶도 이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우리 몸에는 보기 싫은 알람을 꺼버리는 기능이 없습니다. 존 내시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를 덜 건강한 행동들로 이끄는 모든 유혹들과 평생을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들을 무시하는 법을 익히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는 듯합니다.
우리가 매일 겪고 있는 증상이 물론 조현병처럼 심각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해결하고 싶어 하는 아주 까다로운 문제임에는 틀림없죠. 그리고 아직 그 누구도,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해답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답을 알고 있는 척하는 사람은 많지만 말입니다...)
다만, 이러한 문제의 실마리는 학문적인 방법론에 아닌, 삶에 대한 강한 의지, 뚜렷한 목표와 가치,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관심과 사랑에 있다는 중요한 교훈을 이 영화가 전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며, 이번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Encyclopædia Britannica, https://www.britannica.com/topic/A-Beautiful-Mind#/media/1/860768/100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