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 특히, 전통적인 방식의 근비대 훈련을 할 때, 반동을 쓰지 말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지 않나요? 혹시 운동 지도자라면, 그런 큐(que)를 한 번이라도 회원에게 사용해 봤을 확률이 아주 높을 겁니다. 또, 한때는 운동할 때 '고립'을 중요시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흔히 반동이라고 부르는 이 '치팅(cheating)'은 정말 쓰면 안 되는 걸까요?
이번 글에서는 운동역학적으로 치팅이 무엇이며, 생활체육인 또는 운동 지도자로서 치팅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통상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에서의 치팅은 주동근 이외의 근육 또는 근육군으로, 주동근의 작용에 선행하여, 움직이고자 하는 목표 물체를 미리 가속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고등학생 때 물리를 좋아했던 분이라면 쉽게 이해하셨을 테지만, 고전역학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리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뉴턴의 운동 제2법칙, 가속도의 법칙입니다. 즉, 물체의 질량이 일정하다면, 가속도는 힘에 비례한다는 의미입니다. 가속도는 속도가 변화하는 정도를 의미하니, 같은 시간 동안 속도를 더 많이 바꾸려면, 더 큰 힘이 필요하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게 갑자기 왜 나왔냐고요? 반동을 안 쓰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운동이죠, 바벨 로우(barbell row)를 예로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벤트 오버 로우(bent over row)라고도 불리는 이 동작은, 고관절을 굴곡하여 상체가 지면을 향하도록 한 뒤, 중력을 거슬러 바벨을 몸 쪽으로 당기는 프리 웨이트 복합 관절 수평 당기기 운동 중 하나입니다. 광배근을 타깃으로 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힙힌지(hip-hinge) 패턴에 익숙하지 않거나, 햄스트링의 유연성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 정확한 동작을 수행하기 쉽지 않은 동작입니다.
아무튼, 위의 그림에서 바벨이 최저 지점에 있는 상태를 초기 상태(initial state)라고 하고, 그때의 속도를 라고 하면, 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바벨 로우 동작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특정 속도 에 도달해야 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럼 특정 시간 동안 만큼의 가속이 필요할 테고, 그때 필요한 알짜힘을 대충 이라고 해보겠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초기 상태에서부터 kg의 바벨이 초만에 에 도달한다고 가정하면, 가속도는
이 될 것입니다. 그럼 이때 필요한 힘은
이 됩니다.
자, 이제 반동을 써볼까요?
일반적으로 바벨 로우 동작에서의 치팅은 고관절 신전을 활용합니다. 쉽게 표현해서, 데드리프트를 살짝 해주는 것이죠. 이 경우에, 초기 상태에서부터 시작하여 광배근이 바벨을 당기기 직전까지의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고관절 신전에 의해 바벨의 속도가 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러고 나서 치팅이 없었던 앞의 상황과 동일하게 광배근에 의해서 까지 가속되는 것이죠.
만약, 라면, 광배근 입장에서 에서부터 까지 가속해야 하는 상황이고, 동일한 계산에 의해 최종적으로 의 힘만으로 같은 무게로 운동을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요약하자면, 주동근인 광배근 이외에 대둔근과 햄스트링에 의한 고관절 신전을 활용하여, 광배근 입장에서 더 적은 가속만 해도 되는 상황을 만들어 준 것입니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상체 각도가 바뀌면서 등 상부 근육들의 동원율이 높아진다거나, 가동 범위가 약간 짧아진다거나 하는 여러 다른 변수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운동 상황에서 모든 물리량을 고려하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전체적인 개념을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단순하게 설명해 보았습니다.
어떤 모델로 설명하든 결론적으로 주동근이 일을 덜 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그럼 광배근이 덜 쓰인다는 뜻이니 여전히 치팅은 안 좋은 걸까요?
항상 무엇이 좋냐 나쁘냐를 선택하려면 판단의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그 운동을 왜 하는 건지 목적을 알아야 어떤 훈련 전략이 더 좋은지 나쁜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치팅을 하는 것이 내가 가진 운동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좋은 것이 되고, 방해가 된다면 나쁜 것이 됩니다.
대표적으로 아래와 같은 목적으로 운동을 할 때는 치팅을 하지 않도록 지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사람들 중 대다수가 근비대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근비대에 최적의 반복 횟수로 알려진 10회 내외로 동작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작을 여러 번 반복하는 것은 주동근에 대사적 스트레스를 높이기 위함이죠.
그러나 우리 몸은 생각보다 똑똑한 체계를 가지고 있어서 1) 하나의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위해 되도록 주변의 여러 근육들을 함께 활용하고, 2) 하나의 근육에 대사적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유사한 기능을 하지만 상대적으로 피로가 덜 누적된 인접 근섬유들을 쓰는 방향으로 자세를 계속해서 조정하려고 합니다.
즉, 한 근육만 조져지는 상황을 본능적으로 피하려고 하는 거죠.
따라서, 이러한 본능에 역행하여 의도적으로 특정 근육에 부하를 집중시키고 싶을 때, 치팅을 못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물론, 치팅을 활용하고서도 동일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들은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논리로, 어떠한 움직임 패턴에서 활용되어야 할 여러 근육들 중 특정 근육만 비정상적으로 동원율이 낮은 경우에, 이 근육의 활성도를 증가시키기 위해서 운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로, 체중 부하가 없는 기초적인 단관절 운동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재활 초기의 운동을 떠올려본다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수축 이완해야 할 타깃 근육이 분명하다면, 협력근의 사용을 통제하기 위해서 치팅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운동을 지도하는 게 바람직하겠죠.
운동 동작을 잘 수행하는 듯 보이지만 자세의 동적 안정성이 낮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을 운전으로 비유하자면, 운행 중에 차선 안에서 중앙 정렬을 잘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 즉, 조향에 능숙하지 않은 상황과 비슷합니다. 이러한 경우에도 조향을 연습하기 위해 치팅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쉽게 비유하자면, 운동 중 치팅을 한다는 건, 운전 중에 핸들을 꽉 잡지 않고 가속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스르륵 풀리게 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능숙한 운전자들이라면 적절한 타이밍과 완급 조절로 핸들을 힘주어 잡지 않아도 적절한 방향으로 조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보자들이 함부로 핸들을 놓았다가는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차가 움직이게 되고, 그걸 바로잡기 위해 급격한 핸들링을 하는 불안정한 상황이 연출되겠죠.
아직 조향이 미숙한 사람에게 핸들을 놓지 말라고 하는 것처럼, 아직 자세가 안정적이지 않은 사람에게는 먼저 치팅 없이 정확한 움직임을 만들어 볼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동적 안정성에 대한 내용은 다음에 더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치팅이 방해가 되는 경우들이 있다면, 반대로, 치팅이 도움이 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치팅도 엄연히 운동 테크닉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죠. 치팅이 가지는 긍정적인 효과들이 많이 있겠지만 대표적인 두 가지에 대해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치팅은 사실 고오급 기술입니다. 치팅을 잘하려면 순발력과 협응력이 필요합니다. 이는 기술 관련 체력 요소들로, 순간적인 힘으로 빠르고 정확한 움직임을 만들어 내기 위해 필요한 능력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보다 초심자들은 치팅을 쓰라고 해도 못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어느 정도 기본기가 갖춰진 초-중급자에게 적절한 치팅을 활용하도록 지도함으로써, 순발력과 협응력을 기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치팅을 써야만 하는 체력적 한계 상황에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면서 동작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치팅은 필연적으로 단축성 수축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치팅 없이는 수행할 수 없는 무게를 치팅을 활용하여 수행하게 되면, 신장성 수축 구간에서 역학적 스트레스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치팅을 잘만 활용하면 보조와 함께 운동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죠.
이번 글에서는 치팅의 운동역학적 정의, 그리고 그 정의를 바탕으로 치팅의 상황별 활용 방안에 대해서 간단하게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간단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간단하지 않은 작업인 것 같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치팅은 생각보다 어려운 스킬이기 때문에 무작정 치팅을 하다가는 어깨나 허리 같은 주요 관절을 다칠 수 있습니다. 치팅을 하는 동안 자세가 무너지지 않도록 하고, 주동근에 비해 약간 근육이 갑작스럽게 큰 부하를 받게 되는 상황을 조심해야 합니다.
이렇듯 잘 쓰면 도움이 될 수도, 잘못 쓰면 방해가 될 수도 있는 양날의 검 같은 치팅!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적절하게 활용하여 운동의 퀄리티를 한층 더 높여보시길 바랍니다!